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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때가 문득 생각이 났다. 1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주말을 포함한 한 주의 일정을 만들고 나서야 안심을 하고 프린트를 해서 책상 앞에 붙여 두었던 주간계획표.… 스스로 지키지도 못한 빼곡한 일상을 계획하고서야 안심을 하고 결국 딴 짓을 하고야 말았다.
계획이라는 게 그렇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를 위해 시간을 보낸다. 결국에는 그 루틴을 수용하지도 못하면서 다듬고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이율배반적인 핑계를 합리화하며 그것을 번복하는 것만 같다.
직장의 일정한 사이클 속에 살면서 그 이외의 시간에 나를 위한 것들을 한참 나열한 적이 있다. 오래가지 못했다. 내일을 살기 위해서 남은 오늘을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널부러저 무모한 시간을 보냈고 월요일을 향하는 주말은 더 더 조금만 더….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루틴을 오버해서 얻은 지위와 돈은 고스란히 통장 속에 남아 진짜 휴식을 보내며 소비를 허용하고 있다.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밸런스를 그리고 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잊고 있었다.
어째든 그걸 알면서도 난 또다시 반복하는 중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으로 떠오른 것은 잠자는 일이었다. 하루는 12시간 또 어떤 날은 17시간 잠만 잤다. 기초적인 생리현상을 제외하고는 정말 원없이 잤다. 깨어 일어나기 위해 잠을 자는 게 아니라 잠을 이루기 위해 잠시 일어났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혼돈의 2주일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일상은 사라져 있었다. 주기적으로 반복하던 생활 속에서 벗어났던 것이다. 요일을 가늠하기 어려운 한 주를 더 보내고 나서야 새로운 자아를 맞이할 수 있었다. 시차적응을 과격하게 하고나니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미미한 위통을 격고 있었다. 그래서 난 적절한 루틴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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