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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감성을 잃고 있다고 느낀다. 시들어 가는 화분을 보면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것을 들고 배란다로 향해 물을 주고 있는 행위가 그렇다.

 

  흠뻑 물을 주면서 사고한다. 언제부터인지 방이 건조해진 건지, 겨울이라 더 그런 건지.... 이유를 마음으로 묻는다. 정말 언제를 마지막으로 했는 지 답을 알고 싶었던 자문이 아니다. 그냥 흐르는 생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럴 때면 정말 내가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이성적으로 살아왔다고 여겼었다. 아니 정말 이성적으로 살아왔다. 결정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해야 공평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나 하나 사람들을 돌아보면 다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토론에 임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이유가 모두를 위한 주장이 아니다. 물론 그들은 사실에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 유리한 선택적 사실들의 조합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결정은 없을 지도 모른다. 순간 순간 모든 결론이 공평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수차례 결정을 반복하면서 교집합이 없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누구에게나 한 번 씩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조직이어야 신선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다들 자신 그룹은 피하기 위해서, 아니 어쩌면 불리해지면 자신만이라도 그 결정에 포함되지 않기를 위해서 싸우는 것 같다. 그룹의 선임인 팀장은 그 싸움에서 이기려고 회의에 참석하는 게 아니다. 더 나은 가치를 위해 투쟁을 하려고 선봉대에 나선 것이지 등을 보인 팀원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처럼 웅변하려고 그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저 몇 번은 환송을 받겠지만 당신에게 등을 돌리는 팀원들이 하나 둘 속출하게 될 것을 알아야 한다. 어쩌면 그 팀장은 시간이 지나 이유도 알 지도 못한 채 그들을 비난하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그와 다른 사람도 존재한다. 그는 흐르는 물 위에 떠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3차원이 아닌 시공간임을 느끼게 해준다. 말 그대로 멈출 줄을 모른다. 그대로 수용할 뿐이다.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추종자들은 잠시만 멈춰달라고 손짓한다. 숨이 차고,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의 등을 보고 따를 뿐이다. 시간이 흘러도 불만은 그 한가지로 귀결될 지도 모른다. 그가 할 일을 앞장 서는 일이 전부 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옳음은 누군가에게 그름이 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쩌면 다들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라고... 그 길은 같은 길 일 수도 있고 다른 길에 서 있을 지도 모른다. 심지어 같은 길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속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서운하고 화가 나는 건 서로 생각한 기대가 다를 뿐이다. 기대에 어긋나지만 않을 정도로 한 것 뿐인데 관심받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기대가 크다는 말이 얼마나 어깨가 무거워지는 건 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 무책임한 말은 사람을 병들 게 하고 전염병 처럼 번져간다. 난 단지 그만하면 되었다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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